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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부쳐

메디칼타임즈=순천향대학교 본과 1학년 오준서 지난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1998년 혐오범죄(Hate crime)에 의해 살해된 트랜스여성 리타 헤스터를 기리며 시작되었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gender)와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sex)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얼마 전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본과 1학년 교육과정의 일부로 '성소수자에 대한 의과대학생과 의사의 이해', '성소수자들은 어떤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등의 주제의 다양성 교육을 진행하였다.이 강의에서 학생들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성소수자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개념들에 대해 배우고 이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그래서,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비교적 가까이 닿아 있는 의료인들의 책무를 논할 때에도 다양성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정성별에 기반한 성별이분법이 공고한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들은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에서 차별에 노출되곤 한다.공중화장실에 들어가고, 직장을 구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는 수많은 과정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의 65.3%가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응답자들이 보고한 차별의 범위는 교육, 고용, 공공 서비스,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회 전 범위에 걸쳐 있다. 사실 트랜스젠더들이 당해 온 극심한 탄압의 역사는 한국에서 오늘날에도 진행 중이다.트랜스여성이라는 이유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대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의 이야기, 흔히 '성전환 수술'이라고 불리는 성확정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전역을 당하고 끝끝내 죽음을 맞은 트랜스여성의 이야기, 모두 2020년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혐오와 차별의 역사이다.각각 극작가, 군인, 정치인이었던 세 트랜스젠더의 연이은 죽음을 전하는 칼럼에서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잇따라 죽어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각계에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무섭도록 조용하다는, 침묵에 대한 비판을 읽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2024년을 맞이하는 지금은 연쇄적인 사회적 타살을 외면했던 그때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트랜스젠더가 직면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소수자 인권 측면에서 한국보다 더 나아간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미국에서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미국의 성소수자 애드보커시 단체인 'Human Rights Campaign'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2022년에만 최소 41명의 트랜스젠더와 성별 비순응자(gender non-conforming people)가 살해당했다고 한다. FBI 발표에 따르면 같은 해 트랜스젠더와 성별 비순응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469건이었다.이는 2021년에 비해 33%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 성인들 중 트랜스젠더로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이 0.5%에 불과하다(Williams institute, 2022)는 점까지 고려하면 트랜스젠더에 대한 생존권의 위협은 가히 극악무도한 수준이다. 이처럼 트랜스젠더는 범죄에 노출될 확률과 살해당할 확률이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에 비해 상당히 높다.더 우려되는 지점은 트랜스젠더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이 미국에서조차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남부의 주들을 필두로,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일부는 통과되기까지 하였다. 세계적으로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의료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트랜스젠더들은 정신과 진단, 호르몬 치료, 외과적 수술 등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트랜스젠더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호르몬 치료를 예로 들면, 트랜스젠더들에게 호르몬 치료를 제공한다고 알려진 의료기관은 정말 드물다. 트랜스젠더들이 마음 놓고 접근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은, 곧 이들이 건강권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에 내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다양한 분야의 의료진들이 협업하여 트랜스젠더와 성별 비순응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적 조치를 파악하고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것은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성소수자를 위한 다학제적 진료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으며 관련 교육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1차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 젠더클리닉까지 한국에서도 많은 의료진들이 트랜스젠더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더욱 많은 의료기관들이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의료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이 건강권 보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 교육에서부터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의료 외에도 트랜스젠더 인권 보장을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조치들은 인식개선부터 교육, 노동, 국가기관, 신분증에서의 성별 표기, 성별정정 요건 완화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차별이 그만큼 사회 전반에 폭넓고 뿌리 깊게 버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그 점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가 예고된 '성별인정법안'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법안은 성별 정정 과정에서 법원이 수술을 포함해 일체의 의료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트랜스젠더가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차별의 상당 부분이 신분증의 성별표기와 외모로 보이는 성별이 다르다는 점에서 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트랜스젠더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 중요하다. 아직 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놀라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오랜 인권의 역사가 보여주듯, 트랜스젠더의 기본권 또한 분명히 계속해서 진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 고통스럽도록 더딘 진보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오롯이 당사자들이어서는 안 될 테다. 우리는 연대의 힘을 통해 함께 그 과정을 이겨내고 끝끝내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고, 수많은 역사의 순간들이 내게 했던 약속을 아직 굳게 믿고 싶다. 
2023-12-04 05:00:00오피니언

대한성학회, 초중등학교·특수학교 교육과정 재논의 촉구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김탁 회장대한성학회(회장: 김탁)는 최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의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성학회에 따르면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은 '성소수자'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성평등'을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꾸고, 이미 수십 년 동안 학교 안에서 사용되어 오던 '섹슈얼리티(sexuality)'를 삭제했다.이는 WHO, UN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국제기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건강 복지를 위해하는 심각한 퇴행이라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성학회는 "학교 성교육은 자신의 성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 사회구조적 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가치함양이 목적"이라며 "교육과정은 시대를 반영하는 향후의 교육 방향과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과 함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회는 성교육 내용에 인권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성과 재생산 건강, 신체의 발달, 성행동과 태도, 관계, 가치관, 권리와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의 이해, 폭력과 안전, 그리고 건강과 복지 등을 반영할 것을 주장했다. 
2023-02-01 09:26:29정책

성소수자 의료 교육, 무지에서 존중의 길로

메디칼타임즈=이은수 학생(울산의대) 처음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받은 것은 예과 2학년 '인문사회' 시간이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박한희 변호사님께서 성소수자 인권과 의료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장애인이나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있었지만 성소수자 의료는 개념 자체를 거의 처음 들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소수자 포용률이 아직 절반을 넘기지 못하는 우리나라, 성소수자 의료 현주소는 어떨까.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려면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우선, 본인이 의학적으로 성소수자인지 진단해 보고 싶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상담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많지 않다. 어렵사리 병원을 찾는 데 성공하면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때문에 '성별 불일치'라고 용어를 개정한 세계보건기구의 조치와는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진단을 받은 후에도 성소수자의 의료는 쉽지 않다.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수술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병원에 가는 게 좋은지.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별로 없고 의사들도 잘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특히 성별 전환 수술의 경우, 시행하는 병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 측의 눈치와 차별적인 언행을 전부 감수해야만 한다. 수술 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부작용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방광염이나 요도협착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수술 이후의 삶은 어떨까. 탈의실 안내 오류, 차별적인 언행, 진료 거부 등 무지와 혐오로부터 비롯된 사건들은 성소수자 환자들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호르몬 치료와 일반 치료를 병행해도 되는지, 수술 후 신체에 남아있는 생식기관을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 등 병원 측에서 성소수자 진료 경험이 부족한 경우다. 많은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 병원은 아직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곳'이다.성소수자 의료 교육, 첫 발걸음그렇다면 성소수자 의료 개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실제로 미국은 성소수자 의료 교육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에이즈나 원숭이두창처럼 성소수자 발병률이 더 높은 질병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르몬 치료의 장단점, 남성 트랜스젠더 환자의 탈모와 레즈비언 환자의 자궁경부암, 성소수자 환자와 소통할 때 주의할 점 등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실질적인 부분을 교육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 의료 임상실습 과정을 개설했으며 성소수자 의료를 필수 과정으로 다루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 의과대학도 성소수자 의료 교육에 나서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예과 2학년 의사소통론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의학적 개념 정의 및 환자를 대할 때 유의할 점을 배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재작년에 본과 선택교육과정으로 성소수자 의료 강의를 개설했다. 이 강의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본과 2학년 필수교육과정으로 확대되었다. 해당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된 <차별 없는 병원>(휴머니스트)은 우리나라의 첫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이다.우리 환자 우리 손으로'우리 환자 우리 손으로'. 한국 성소수자의료연구회의 모토다. 국내에 없거나 부족한 의료 서비스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거나,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성소수자 추정 집계치가 300만 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더 이상 성소수자 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필자는 아직 학생에 불과한 신분이지만, 앞으로도 성소수자 의료 교육이 확대되어 병원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가는 곳'으로 변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2023-01-25 05:10:00오피니언
인터뷰

"성소수자 진료‧교육 개선해 차별 없는 병원 이뤄내야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그동안 국내 성 소수자들은 의료기관 이용 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의료 환경이 세계 어디에 견줘도 못지않은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성 소수자들을 위한 의료 환경만큼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해외 등으로 원정 진료 떠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최근 주요 대학병원들이 '젠더클리닉'을 운영하며 관련 의료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을 꼽는다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젠더클리닉'이다.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 지난해 1월부터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최초로 운영 중인 젠더클리닉를 책임지고 있다.국내 대학병원 중 최초로 고대안암병원이 지난해 1월부터 운영 중인 젠더클리닉은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가 이끌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그를 만나 성전환 수술(Gender surgery)로 대변되는 국내 성 소수자 의료 환경 발전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걸음마 띤 젠더클리닉, 아직은 현재 진행형지난해 1월부터 공식 운영 중인 고대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은 전임인 박종훈 원장(정형외과)과 현 윤을식 원장(성형외과)의 지원 속에서 국내 대학병원 중에선 최초로 문을 열었다.이전부터 성 소수자 진료에 관심을 뒀던 황나현 교수가 젠더클리닉을 이끌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진료하는 환자들은 트랜스젠더와 간성(생식기나 성호르몬이 남녀 이분법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성 주체성 장애'를 호소하는 모든 사람이다. 호르몬 치료 등 내과적 치료와 생식기 재건 등 외과적 수술, 정신과 진단까지 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여기에 진료의 특성 상 다양한 진료과목 의료진이 젠더클리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내분비내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 의료진이 '젠더 팀'을 이뤄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한다.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고대안암병원에서 주요 성전환 수술받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환자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태국 등에서 성전환 수술받은 뒤 2차 재수술을 받은 환자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대안암병원에서 새 삶을 선물 받았다.황나현 교수는 진료과목으로 성형외과를 택한 이유도 애초부터 성소수자 진료를 위해서였다고.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성확정수술 전문병원인 벨기에 겐트대병원에서 단기 연수를 통해 다양한 성 소수자 진료시스템을 눈으로 직접 학습한 뒤 다시 고대안암병원에 복귀해 젠더클리닉을 이끌고 있다.그는 "그동안 국내 성 소수자들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적을뿐더러 의료기관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며 "이로 인해 태국 등 원정 진료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다. 차별 없는 진료를 하고자 하는 목표로 애초부터 이쪽으로 방향을 생각하고 성형외과를 지원했다"고 떠올렸다.황나현 교수는 "아직도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성소수자 진료를 꺼리는 사례를 종종 목격한다"며 "개인적으로도 환자 전원을 요청해 오는 일이 있는데, 이 같은 진료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학교육서부터 보험 제도까지 개선해야반갑게도 고대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을 시작으로 국내 성 소수자 의료 환경 개선의 조짐도 보인다. 강동성심병원도 LGBTQ+센터를 열고 관련 진료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경우 관련 트렌스젠더 호르몬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동시에 관련 진료에 관심을 둔 의료인들끼리 의기투합.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도 돌입했다.또한 올해 서울의대에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가 신설, 의대생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의학 교육면에서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서울의대에 이어 다른 의과대학에서도 성소수자 관련 교육 시스템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황나현 교수는 "고대안암병원만 젠더클리닉을 운영해서는 국내 성 소수자 진료 환경이 발전할 수 없다"며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면 할수록 의료 환경을 발전하기에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황나현 교수는 "성소수자 진료의 특성 상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료과목에서의 진료가 필요하다. 내과와 정신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참여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의학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최근 서울의대에 관련 커리큘럼이 마련됐는데 향후 다른 의과대학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은 건강보험 급여 등 제도적 문제. 국내 의료 환경 상 전적으로 환자 본인부담인 탓에 성전환 수술만 하더라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요구된다. 이후 호르몬 치료 등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적지 않다. 벨기에 등 유럽 선진국의 경우 수술비를 포함한 관련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하는 반면, 국내는 진료 인원 등을 고려했을 때 제도적 지원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장 국내 건강보험 제도의 특성 상 수술비 등을 건강보험으로 적용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황나현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 관련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약 25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그는 "개인적으로 심평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F64'라고 불리는 성전환증 진단 코드로 환자 인원을 파악한 적이 있다"며 "그 결과 한 해 932명이 관련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도 의료기관 문턱이 이들에게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인원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황나현 교수는 "환자 인원을 고려하면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도 국내 의료 환경 상 차별 없는 진료가 이뤄지기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며 "의료 환경과 제도, 사회적 인식 세 가지 문턱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개선된다면 그것이 물꼬가 돼 진료 패러다임이 변할 수 있지 않을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11-21 05:00:00병·의원

개원가 감시 중요해진 원숭이두창…지자체도 동참 촉구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원숭이두창 감염병단계가 상향되면서 개원가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시가 어려운 데다가 자발적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원숭이두창 특성 상 개원가의 참여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지자체 주도로 원숭이두창 방역체계 수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이어 방역당국이 위기 상황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것에 따른 조치다.원숭이두창 감염병단계가 상향되면서 개원가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지역사회 유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22일부터 경기·충북·충남·전북·전남도 등 지자체들은 잇따라 방역대책반을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청·군청 단위 방역대책반도 마련돼 방역망이 촘촘해지는 상황이다.개원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의심환자를 찾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감시가 어려운 원숭이두창 특성 상 일선 의료기관의 도움 없이는 관련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들은 각 지역의사회에 의심환자 진료 시 신고·보고를 철저히 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실제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최대 3주로 길어 출입국 단계에서 의심 환자를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 더욱이 무증상 단계에선 PCR 검사로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의심증상인 발열도 37℃의 미열이어서 판단 근거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이와 관련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이뤄진 정례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은 21일의 잠복기 때문에 의심증상자의 자발적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며 "발생 국가 방문 후 의심증상이 있는 국민의 자발적인 신고·검사가 이뤄져야 국내 유입과 지역사회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원숭이두창이 성소수자 감염병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 문제다. 사회적 낙인 우려 때문에 자발적인 신고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심환자 판단에서 개원가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개원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접촉으로만 감염되는 원숭이두창의 낮은 전파력 덕분에 코로나19·메르스와 같은 파급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개원가는 코로나19 여파로 놀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파력이 낮다고 해도 혹시 모를 환자 발생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다만 아직 현장에서 의심환자가 나타나는 등의 사례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2022-06-29 05:30:00병·의원

젠더수술도 학술 영역으로…성형외과학회, 연구회 구성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성소수자 및 성 정체성 존중 인식이 높아지면 향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성전환수술에 대해 학회가 집중 연구에 나선다. 성형외과학회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젠더수술 관련 세션을 마련한데 이어 연구회 구성을 준비하는 등 젠더수술을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온-오프라인 방식의 국제학회 PRS KOREA 2021를 13일부터 3일 일정으로 개최하고 두개안면부터 로봇수술, 림프부종, 동종이식 등 총 105개 세션에 걸쳐 282개의 발표를 진행했다. 학술대회 주제는 뉴노멀을 넘어서 신노멀을 준비하자(The Next Normal, A New Journey)로 정한 만큼 로봇수술의 미용분야 활용 가능성 진단부터 성별 확인 수술과 같은 학회에선 다소 보기 힘들었던 세션까지 전진배치했다. 윤을식 성형외과학회 이사장 이원재 학술이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의 코로나 사태와 그로 인한 방역 상황은 고정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에 언젠간 코로나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의료생활로 돌아갈 때를 준비해야 한다"며 "다가올 새로운 정상은 과거 2~3년 전의 정상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학술대회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새롭게 발전된 생활을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학술대회 주제를 넥스트 노멀로 선택했다"며 "환자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술 비법을 제시하는 한편 로봇을 이용한 유방 수술, 젠더수술까지 내후년의 시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주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젠더수술 세션으로 ▲LGBTQ 메디컬 ▲성별 확인 수술을 준비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색슈얼(Bisexual), 트렌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와 같은 성소수자를 뜻하는 단어. 이들이 성 정체성에 민감한 만큼 의료적 접근도 각자의 성 정체성에 기반하거나 적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을식 이사장은 "젠더수술은 계속 학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며 "성소수자의 인권 신장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젠더수술을 다루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대병원 김석권 교수가 국내에서 성전환 수술을 시작하면서 이슈화가 됐지만 이후로는 잠잠했다"며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에서 간헐적으로 수술이 진행된 것으로 알지만 개원가를 중심으로 이뤄져서 수술 건수 등의 통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회부터 관련 세션을 마련해 발표했고, 이전에도 관심을 갖고 있던 회원들은 해외학회를 통해 연구를 해 왔다"며 "공론화해서 젠더수술에 관심을 갖고 모임을 가진 것은 1년 정도 됐고 현재 학회 차원에서 젠더수술 연구회를 구성중에 있다"고 공개했다. 로봇수술이 외과 수술분야뿐 아니라 미용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점검하는 세션도 마련됐다. 로봇수술 세션은 ▲로보틱 마이크로 수술 ▲유방 수술에서의 로봇 응용 ▲로봇 플랩 하베스트 기술 비교까지 세 개다. 윤을식 이사장은 "로봇수술이 주로 내부 장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표피를 주로 다루는 성형외과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유방 수술에서 혈관을 박리할 때 공여부 이환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로봇 활용 가능성이 있어 세션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에 계신 연구진들이 로봇 수술 저변 확대를 위해 세 개의 발표를 준비했다"며 "3D 프린팅도 한국 성형외과가 주도해 왔던 측면이 있어 학회가 계속 다루면서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2021-11-15 05:45:55학술

조선대병원 장경식 교수, 간암 치료 경험담 책으로 펴내

메디칼타임즈=이준상 기자|메디칼타임즈=이준상 기자| "교수로 임용된지 20여 년이 지난 어느날 간암 수술을 받고 나서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장경식 교수가 의료에 대해 접근하기 쉽도록 내용을 구성해 ‘심장내과 의사의 따뜻한 영화 이야기’라는 대중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평생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재직하며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간암 선고를 받아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암 치료 및 회복 과정 등의 어려운 순간을 환자 입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뒤 이를 토대로 후학 양성에 힘 쓴 결과의 산물이다. 장 교수는 "영화는 삶의 여러 모습과 동태를 보여주는 인간 삶의 거울이다. 우리 후배 의사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환자의 처지와 형편을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장 교수가 발간한 책은 2015년에 출간된 '심장내과 의사의 따뜻한 영화 이야기 – 냉철한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의 후속편이다. 의료와 관련된 영화를 소개하며 암, 유전적 질환, 비만, 식이요법 뿐만 아니라 생명윤리, 성소수자, 은퇴한 노인들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2021-08-20 14:50:39병·의원

'포괄적 차별금지법' 의학적 파장 우려...임상의들 반대 목소리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레즈비언 커플이 시험관 아기를 갖겠다고 요구할 경우, 해당 의료진은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일명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 찬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의학 전문가인 임상의사 1500여명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명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1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2일) 국회 정문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명진 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을 필두로 차병원 채규영 교수(소아청소년과), 이은주 교수(전남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양유식 박사(서울대 치의학),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이 반대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법안으로 지난해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발의한데 이어 이상민 의원도 추가 발의 예정이다.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골자는 모든 사람이 성별, 장애, 출신국가,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 만약 차별을 받은 경우 인권위에 진정, 시정명령, 소송을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지불해야한다. 의료진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 성소수자가 성전환술을 하기 전에 의학적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도 금지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명진 소장은 "비가역적 수술을 하기 이전에 수술의 결과가 가져올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숙려할 기간을 줘야한다"면서 "일반인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공개해 충동적인 수술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환자의 알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는 것. 또한 의료현장에서 임상의사들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위 사례처럼 성소수자 커플이 시험관 수정으로 임신, 출산을 요구할 경우 의료진은 이를 거부할 수도 설득할 수도 없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진 소장은 "실제로 미국의 경우 성소수자 커플의 시험관수정 시술을 거부한 의사가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만약 해당 법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에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수면제인 졸피뎀의 경우 남성은 10mg을 사용하지만 여성을 절반 용량인 5mg을 처방해야 하는데 진료의사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히지 않을 경우 약물처방에서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의사들은 해당 법이 불러올 의학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안을 적용 중인 영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인식한 아동·청소년이 4000% 증가했으며 여자 청소년이 남성이 되고자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비율이 2배 가량 늘었다. 한편, 앞서 장혜영 의원은 법안제안 이유에서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실효적인 차별구제수단을 도입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2021-06-02 05:45:56정책

"원래 여기선 이래"라는 말의 불편함

메디칼타임즈=신유찬 "원래 여기선 이래." 그릇된 일을 하는 친구나 가족을 나무랄 때 되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았다. 물론 내가 그 변명의 진위를 알기는 어렵다. 나는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문화·정신적으로 겨우 '반쪽짜리 한국인'에 불과해서 그것이 정말 이곳의 특징인지는 모르고, 그것이 맞다면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나를 이방인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언짢았고, 현상을 핑계로 적당히 얼버무려 넘어가려는 시도가 싫었다. 2020년 3월 16일, 화학 대신 의학의 길을 걷고 싶어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의대를 진학하고 싶다고 가족에게 말씀드렸을 때, 의료 쪽에서 일하시는 작은아버지께서는 격려보다는 우려를 더 표하셨다. "네가 여기 와서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조금 의아해했어. 여긴 네 성격이랑 정말 안 맞잖아. 이거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거 맞아?" 처음에는 작은아버지의 걱정을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수록 그분께서 무얼 경고하셨는지 알 수 있었다. 개방적인 나와 보수적인 가족들 사이에는 갈등이 잦았다. 곳곳에 있는 위계질서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고 싶은 나를 억압했으며 "어디서 감히 훈계질이야?"라는 소리도 여러 번 들어봤다. 이런 갈등은 비단 한국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바로 집단 내 침묵이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혐오를 목격해도 비판의 소리는 작았다. 명확한 증거 하나 없는 음모론을 친척이 주장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인간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더 소중한 사람일수록 방관은 더욱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다행히도 내가 경험한 부조리와 불합리는 그 규모가 작지만, 이따금씩 이곳에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점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 있으면, 결국 언젠가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을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의대에 입학한 이후 나는 왜 내가 지금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명확히 깨달은 것 같다. 의학은 생명의 유지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의대생의 침묵에는 가시적이고 불가역적인 결과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동조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과학적 양심과 윤리적 책임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한다. 침묵에 저항하는 것은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다. 3월 말, 주변인들이 언론에 의해 심히 과장된 부작용 때문에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을 때, 나는 관련 논문과 발표를 인용하면서 백신의 실제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하나의 반대가 판을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잘못된 체계를 고치려고 정책을 통과시키려 하셨던 한 의사 분, 의대생들에게 임상이 아닌 진로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리려는 선배들, 느린 실종 수색이 답답해서 스스로 한강에서 수색한 동기, 작년에 홀로 광화문에서 시위하던 친구... 모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상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다. 내가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었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더 용기 낼 수 있다.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지 더는 묻지 않는다. 이 사회에 분명 타파할 수 있는 부조리와 불합리가 존재하는 이상, 그리고 그걸 알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 이상, 나는 이곳에서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의무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내게 부조리를 두둔하기 위해 "원래 여기선 이래"라고 말한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그럼 나는 원래 이래."
2021-05-17 05:45:50오피니언

대공협, 이태원발 공보의 확진에 '유감'…"노력하겠다"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가 최근 이태원발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코로나19 확진에 유감을 표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다짐했다. 앞서 김제시 소재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 한 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며 이슈가 된 바 있다. 대공협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중 이태원발 공보의 확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다행스럽게도 15일 해당 공보의와 접촉한 주민, 의료진이 모두 1차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공협은 "자칫 2차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정부의 권고 및 철저한 자가 관리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대공협 역시도 2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협조하며 더 이상의 확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공협은 해당 공보의의 '신고와 검사가 늦어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대해서는 정부의 지침대로 검사 대상이 된 성소수자 관련 5개 업소 클럽에 해당하지 않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공협은 "협의회 확인결과 해당 공보의는 클럽으로 신고 돼있으나 라운지 바를 겸하고 있는 곳에서 바만을 이용해 외출자제 및 자가 모니터링을 시행했었다"며 "지난 주말 검사대상이 확대되자 무증상임에도 검사 필요성을 인지하고 11일에 즉시 검사를 받았으며, 이동 및 근무 중에는 철저하게 보건수칙을 지켰다"고 전했다. 다만, 대공협은 확진된 의료진을 향한 과한 정보공개 때문에 고통 받는 동료를 지켜보며 마음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이번에 확진판정을 받은 공보의는 어떻게 유출 된지 모를 개인정보로 직접 주민의 항의 전화 등을 받으며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게 대공협의 설명. 대공협은 "더 많은 확진을 막고 타 사회 구성원을 지키기 위해 동선공개는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공감한다"며 "하지만 대공협이 몇 개월 간 '확진자 정보공개 등 동선공개 안내'와 같은 지침도 마련된 만큼 확진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검사를 피하지 않는 환경이 좀 더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공협은 일률적인 격리원칙을 강조하기보다 예전의 일상을 다소 유지하면서 안전한 일상생활수칙을 찾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획기적인 치료제 혹은 예방접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을 매몰차게 대하기보다는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노력겠다"고 덧붙였다.
2020-05-15 12:30:51병·의원

건강증진개발원, 소수자 건강문제 학술대회 개최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원장 정기혜)는 건강형평성학회(회장 정진주)와 공동으로 지난 19일 건강증진개발원에서 '한국사회 소수자 건강문제의 이해'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건강불평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조강연과 발표, 토론이 이어졌다. 기조강연에서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특정 건강불평등은 분절적인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한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의 여성과 관련하여 불평등 사례 및 실증주의 맥락적 이해 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이어 오유미 박사(한국건강증진개발원)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취약계층 건강지표를 중심으로 건강형평성 문제를 분석하여 향후 취약계층에 대한 범위와 영역에 대해 다양한 건강형평성의 관점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호림 교수(고려대)는 성소수자의 건강문제를 현황을 분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김유균 교수(고려대)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악화와 연관되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연구발표에서 토론자 최홍조 연구원(한국결핵연구원), 장숙랑 교수(중앙대학교), 정욜 대표(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김정숙 활동가(건강세상네트워크)는 소수자 건강에 대한 관련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 뿐만 아니라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실천적 연구로 확장성을 넓혀가기 위한 효과적인 연대와 참여를 공통적으로 주문했다. 토론자들은 건강형평성은 단순히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인구대상을 반영해야 하며, 특히 소수자들의 건강불평등 문제는 소수자의 인권과 권력, 억압, 차별 등 사회구조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이들의 건강불평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2017-05-22 16:29:34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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